IDOL - 이것은 입덕이 아니라고....☆

 

0. 고백하건데 나는 절대 덕질을 길게 한 적이 없다. 더군다나 아이돌을??? 그래서 이바닥도 잘 모르겠고 관심없이 지나왔었다. 지금도 아는것보다 모르는게 더 많고, 길게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거 아니까 라이트하게 지금 좋아하는 감정대로 즐겨보려고 한다.

 

1. 나는 불과 2개월 전까지만해도 방탄소년단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들'이 진짜 뜻인줄 알았던 거의 순수머글이었다. 진짜 그럴듯해섴ㅋㅋㅋ 워낙 대형3사가 유명하니까 방탄이 중소기업돌인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름도 특이하게 지었나보다ㅇㅇ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간 나날들. 이상할것도 아닌게 전지적 머글인 내게는 방탄뿐만 아니라 별별 비범한 작명들이 넘쳐났기 때문에(...기억도 안남) 방탄도 그 연장선상인 줄 알았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빌보드 진출 유명세로 뉴스에 오르락내리락 할때도 관심이 없었다. 아 그렇구나 정도. 바빠서 TV도 안보니까 광고로 접할 일도 없고, 멤버 이름은 물론이고 몇명인지조차 몰랐다. 아마 스쳐지나가듯 몇번은 보긴 했을텐데 나는 얼굴로 사람 기억하는 일을 잘 못해서..;;

 

2. 삶이 무료해질 때쯤 주변에서 '아이돌 덕질을 해봐라'는 추천을 몇번 들었지만, 아이돌 덕질을 해본적이 없는지라. 대체 어떻게 입문을 해야 할지 감각조차 없었다. 물론 의지도 없었고. 특히나 요즘 핫하다던 방탄소년단을 추천받았는데 얼굴도 모르는 애들을 덕질이라니?  내 기준으로는 알 수 없는 세상이었다. 그러다 2개월전, 갑자기 개인적인 시간이 생겨 무료함을 달래려고 유투브를 순항하다가 문득 방탄이 생각났다. 이참에 한번 노래를 찾아볼까. 그러고보니 커뮤니티에서 멜론인지 마마에서 국뽕 오지게 오는 국악 바레이션 무대 짤을 봤던 것 같아. 무슨 노래인진 모르겠지만 한번 찾아볼까? 그런 의식의 흐름대로 검색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된 것이다. 바로 그것을!!! 운명적 뮤비 IDOL!! 

 

 

 

 

감상: 이세상 센스가 아니야............

 

3. 막 폼잡고 진지 한사발 들거나 전형적인 예쁨잘생 컨셉의 뮤비였다면 기억에 남지 않았을것이다. 왜냐면 나는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멤버가 워낙 많다보니 후루룩 지나가버려서 노래들을 정신도 없고 어지러우니까. 그런데 이 뮤비는 진짴ㅋㅋㅋㅋㅋ 아 물론 방탄 뮤비 중에서 역대급 씬체인지고 제일 정신없는 뮤비인건 맞다. 그런데 컨셉이 하도 신박해서 그냥 정줄놓고 보게 되었다. 이런걸 B급감성이라고 하나? 한때 날렸던 싸이의 강남스타일같은. 그런데 본판이 아이돌노래다보니 색감이 화려하고 노래자체도 정신없이 휘몰아치는데.... 와..... 4분여간의 시간이 그냥 사라졌다. 내 시간 어디갔짘ㅋㅋㅋ 홀린듯이 옆에 주루룩 뜬 리액션 추천영상들을 하나씩 보고 있었다. 글로벌스타라더니만 한국인 리액션은 없고 다 외국인 리액션이라 뭐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그게 뭐라고 하나하나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그러다가 내가 기억했던 국악버전 무대도 보고. 너무 내 취향에 맞는 저세상뮤비(ㅋㅋㅋ)라서 순수하게 감탄하면서 봤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나는 내가 입덕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노래가 좋은 것이야. 사실 애들 얼굴이 휙휙 나오는데 누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머리색으로 구별하는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눈에 띄는 애도 없잖아? 암암.

 

4. 하도 여러번을 봐서 그런지, 슬슬 누가 누군지 구별도 안되는 와중에 묘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큰 안경을 쓰고 있었고 분홍색 머리를 가진 사람. 별 장면도 아닌데 막 시선강탈되고 빨려들어가는 느낌? 웃긴건 춤을 멋있게 춘다거나 그런 장면도 아니고 그냥 어깨 들썩들썩?에 무표정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기억에 남더라. 근데 뮤비를 아무리 봐도 그 장면 외에 얘가 어디에 나오는지 당최 구별할 수가 없었다. 예쁘장하게 생겼던거 같은데 얘인가? 아니 얘인가? 처음에 걔인가? 아 뭐지 진짜 모르겠다 아아아악. 그래 검색을 해야겠다. 프로필 사진을 보고 찾을 수밖에 없겠다.

 

5. 나무위키 방탄소년단 페이지를 가봤다. ...망했다. 멤버가 7명이나 되는데 이름이 하나같이 어렵다.....ㅜㅜ 슈가? RM...? 정국...? 얘네는 왜 이름이 통일성이 없지...? 보통 닉네임이면 다 닉네임으로 가거나 한글이름이면 한글로 쭉 가던가 그러지 않나;;;? 내가 요즘 트렌드를 모르는건가;;; 너무 헷갈린다. 이름부터 멘붕온다. 그런데 한술 더떠 거기에 첨부된 멤버들 단체사진(아마 페르소나 앨범 단체샷이었던걸로 기억)에서 뮤비속 분홍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얘네가 다인가? 분명 뭔가 새침하고 예쁘장한 애가 있어야 하는데 왜 없지...? 머리색이 달라서 그런건가?? 좀더 구체적으로 검색을 해야겠다. 아이돌 분홍머리 뮤비.

 

6. 아무리 알없는 안경이라도 안경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사람 인상을 좌우한다는걸 저때 알았다. 검색을 했는데 나오는 분홍이가, 내가 기억하는 장면이랑 다른 얼굴로 나오는 것이다. 애가 너무................와일드하게 생겼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신하고 새침하고 조용조용+스마트할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저 상남자 뭐짘ㅋㅋㅋㅋㅋㅋㅋ 사람얼굴에서 인지부조화를 느낀게 대체 얼마만인지. 검색하고 몇분을 멍때렸던것 같다. 아니 이게 아닌데? 어 이게 뭐지...? 이런 얼굴인데 안경으로 저렇게 되나? 어 안경짤 보면 얘가 맞는데 어 뭐지.... ㅎ허허허허헣.

 

7. 분홍이 이름이 뷔라고 한다. 뷔라고 검색해보니 더 난리났다. 머리색깔이 아주................ㅋㅋㅋㅋㅋ 엄청 컬러풀한데 얼굴 느낌이 다 다르다. 한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아이돌이란 이런것인가...? 스타일링에 따라 휘리릭 얼굴이 달라보인다고? 아이돌 뮤비를 다시 봤다. 알고보니 내가 기억못하는 분홍이가 몇장면 더 있다. 이제보니 안경 쓰고 있다가 휙 벗는 장면도 얘가 다 촬영한거였다. 나는 소파로 넘어오면서 옷을 똑같이 입은 다른 사람이 앉아있는줄 알았었닼ㅋㅋㅋㅋㅋㅋㅋ 와 이거뭐얔ㅋㅋㅋ 쟈글쟈글한 펌하고 파워풀하게 춤추던 애도 분홍이었다.(엄밀하게는 츄파츕스) 가끔 얼굴 스틸컷으로 잔망표정 남긴 애도 분홍이었다. 아이돌들은 기본적으로 화장이 빡센건 알고 있고 뮤비는 보정도 심하니까 사진이랑 다를거라는건 알고 있는데 얘는 같은 뮤비에서도 얼굴 느낌이 너무 달라져서, 처음 찾아보는 나에겐 현기증이 날 정도였고 한편으로는 오기가 생겼다. 얘가 누구인가. 얘가 뷔인가 아닌가 알아보는것에 대한.

 

8. 뷔는 비주얼 멤버라고 한다. 정국이란 애랑 진이랑 애랑 비주얼 3인방이라고. 그러면 뮤비를 봤을 때 잘생겼다고 느껴지는 애들이 3명이어야 한다는건데, 내가 안면인식장애인건지 보정이 빡세게 들어간건지 1명빼고 다들 비슷하게 잘생긴걸로 보였다. 즉 외모로 구별이 안됐다. 얼마나 심했냐면, 스노우앱같은 필터효과가 걸린 RM, 짬짬히 나오는 진, 막바지 클라이막스 센터에 선 슈가 모두 같은 사람인줄 알았ㅋㅋㅋㅋㅋ

뷔는 정국이랑 헷갈렸다. 가끔 진이랑도 헷갈렸다. A가 A고 B가 B인걸 구별을 못했다. 오프닝에 선캡같은걸 쓰고 나온 제이홉과 안경쓴 노란색 티셔츠남이 같은 사람인줄 몰랐다. 오프닝을 빡세게 연 RM과 스노우앱 귀요미(근데 진짜 머리 내리니까 이미지가 스윗해짐)가 같은 사람인줄 몰랐다. 탁자위에서 발차기하던 사람이 엔딩 센터인줄 몰랐다.

솔직히, IDOL 뮤비로 멤버들을 구별하는 미션은 실패했다. 화려하고 단정하고 귀엽고 뭐 그렇게 구별하던데, 이 뮤비로는 불가능했다. 지나고나서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지만 적어도 저 뮤비는 다들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기 때문에 내가 예제를 잘못 선정한 셈이다. 그래도 그게 무슨 소용이야. 뮤비가 너무 내취향과 찰떡인걸. 완전 씐난다!!!! 며칠을 이노래만 듣고 다녔다. 나는 입덕이 아니라 이 노래가 좋은것이다라고 되뇌이며...  ᕕ( ᐛ )ᕗ 

 

9. 2달 지난 후 나는 단호히 말할 수 있다. 너는 저때 입덕의 관문을 지난것이라고.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두장면의 분홍이. 다시봐도 진짜 와... 얘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