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방탄 노래, 별로인 방탄 노래

무대를 한번 이상 보여줬던 노래 중에, 좋아해서 지금까지도 자주 듣는 노래와 별로인 노래를 정리해서 써보려고 함. 

원래 나는 락발라드를 좋아해서 더 특정 분위기의 노래들을 안좋아하는거 같기는 한데..ㅋ

 

좋아하는 노래

1위 Butter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셀수 없이 많다.

우선 플레이타임이 2분대로 아주 짧아서 밀도가 매우 높다는 점. 아래에 별로인 노래 부분에서 언급할 내용이지만, 어느순간 방탄 노래는 브릿지를 마치 쉬어가는 타임처럼 늘어지게 뽑는 나쁜 패턴이 자리잡혀 있었다. 노래 만들기 싫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버터에는 그런 나쁜 습관이 깔끔하게 걷혀졌다. 그리고 플레이타임이 짧으니 래퍼들도 액기스만 뽑아가서 노래에 군더더기가 1도 없다. 보컬라인의 후렴구와 후반부 랩파트가 어우러져 분위기가 고조되는 치밀함도 너무 좋다.

뮤비에서는 중간 엘리베이터 댄스씬이 내 최애장면일정도로 좋아.(태형이 향수 댄스 쩔곸ㅋㅋㅋㅋ) 스타일링도 좋고 컨포도 좋음. 빅히트가 버터쿠키장사한다며 나대는거 말고 거슬리는게 하나도 없이 완벽해. 음은 더 낮아도 되지만..

 

2위 I NEED U

입덕하고 연어질할 때 하나하나 들었던 노래들 중 너무 좋아서 속으로 눈물 흘렸던 노래. 런도 약간 비슷하게 좋긴 한데 어쨌든 이 노래가 더 좋아.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대중적인 케이팝이다. 나중에 무대의상이 쇼타룩인걸 보고 식겁했다만, 화양연화라는 난해한 뮤비였다만,, 그런 점들을 모두 압도할 정도로 노래가 좋았다. 어쩌다 프로듀서가 고음병에 걸려서 페잌럽 이후로 옥타브 몇개가 올라갔는데, 마이유니버스도 그렇고 이런 예전 명곡을 들어보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단단히 들게 됨..ㅎ

대중들이 노래방에서 소비하지 않는 노래는 생명력이 없다. 소위 말하는 머글픽이 그런 노래들이고, 애초 설계가 잘못된 남돌노래는 팬들이 스밍을 아무리 해봤자 호흡기도 붙일 수 없지. 적어도 어떤 시점 이전까지 방탄 타이틀곡은 꽤 대중가요스러웠다. 약간의 트렌디함을 곁들일때도 듣기에 괜찮던데 그놈의 고음병귀신이(...)

 

3위 Let go

일본 발매곡은 모두다 명곡이다. 일본뽕빨이 나랑 잘 맞는건지?ㅋㅋㅋ 일본에서 낸 노래들은 다 멜로디가 선명하게 잡혀서 익숙하고 편하게 들을 수 있다. 그 중 제일 아련하고 예쁜 곡이 렛고. 대놓고 제목이 겨울인 크리스탈 스노우가 있지만, 뭔가 이미지를 떠올릴 때 제일 겨울느낌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렛고이기도 하고. 섬세하고 아련한 감정이 켜켜이 쌓여 감성이 촉촉해지게 하지. 그리고 태형이는 일본 노래를 만나면 유독 감성형 보컬이라는 특징이 잘 드러나니까 더 좋아. 한국 노래에선 파트가 적고 한번 쓰고 끝나는 수준이었는데 일본노래는 구석구석 들어가 있어서 또 좋고..ㅎ 나중에 일본 팬미팅에서 렛고 무대를 보여줬는데 춤이 또 너무너무너무 예뻐서 더 좋아졌음..ㅠ

 

4위 소우주

방탄 노래가 특정 시점부터 한국형 대중성과 거리가 멀어졌는데 그와중 k유전자를 느낄 수 있었던 곡이 이노래. 대중에게 의미를 부여하기에도 좋고 마무리를 장식하기에도 좋은 멜로디라 콘서트 엔딩곡으로 쓰였다. 차트에는 머글픽이 봄날로 굳혀져있는듯 한데, 음악으로 봤을 때는 소우주가 훨씬 머글픽에 맞는 곡이다. 단지 마케팅의 차이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고 봐. 팬들은 지금 아니라고 하겠지만, 솔직히 나 머글일 때 봄날 세월호 추모곡으로 알려져서 엄청 핫했다..(..)

아무튼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고 싶을 때, 그런 기분으로 마음을 터놓고 싶을 때와 잘 어울리는 드물게 좋은 노래.

 

별로인 노래

1위 Permission to dance

가장 최근에 나온 노래라서 그런가 지금 기준으로 가장 최악의 노래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노래 뮤비 보고나서 mp3도 다운받지 않았음;;; 그정도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마이너스 요소가 다 들어있는데 우선 빅히트의 고질적 나쁜 습관인 늘어지는 브릿지가 있고, 정치적 메시지가 치덕치덕 붙어 있으며, 뮤비까지 캠페인 스타일이라 끝판왕이다. 디지털싱글이라고 하지 말고 그냥 UN캠페인 송으로 방탄소년단이 참여했다고 했다면 어느정도 이해했을 것임. 왜 그런거 있었잖아 현대 아이오닉 노래 부른거처럼. 그정도면 너그러이 들어줄텐데...ㅎ;

스타일링은 뭐, 태형이 빨간 카우보이는 핫해서 좋았지만, 비사이드까지 정성들여 찍었던 다이너마이트 생각하면 가짓수가 너무 부족한게 아닌가 싶어. 그정도까지 캠페인송으로 만들어놨으면 좀 정상적인 케이팝버전으로 하나 더 만들었어야 하지 않을까싶고.

  

2위 Make it right

몇번이나 싫은 티를 많이 냈던 노래고 이유는 항상 같다. 귀가 너무 피곤함. 평소 방탄이 소화하는 스타일의 노래가 아니라서 창법이 기름과 물처럼 둥둥 떠다님. 외국인이 만들어준 노래던데 난 이 노래 들었을 때 빅히트가 정말 뭐하는 작자들인지 이해가 안되더라. 방탄은 힙합돌로 기획해서 만들진 그룹이라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정해져있는데(거기다 전형적인 케이돌인데?), 어디서 서양예술뽕 거하게 맞아가지고 아무거나 다 시키려고 함. 아니 그런거 할거면 다른 돌을 런칭하세요 미친놈들아;;;

 

3위 We are bulletproof: The eternal / Louder than bombs

무대는 없지만 쓰다보니 이거 꼭 감상 남겨야 할거같아서(ㅎ)

사실 이 두 노래 분위기가 너무 비슷해서 구별이 잘 안가 묶어서 썼다.

워낙 무겁고 축축하며 비극적인 감성이라 처음 들었을 때는 귀에 꽂힌다. 근데 일단 제목부터 보면 알겠지만 뭔가 메시지를 강요한다. 앨범 이름이 7이었고, 방탄이 군대를 앞두고 있어서 어쩌면 마지막 정규앨범이라 유추되었기 때문에 더 저 두곡이 묘한거다.

라우더 댄 밤스는 약간 마음을 더럽게 긁는다는 점에서 별로인 곡이라면, 이터널스는 좀 더 종결되는 느낌으로 신파장르같다는 점에서 별로인 곡이다. 호비의 에고가 아웃트로로 버티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단체곡 중 마지막 순서곡이 이터널이다. 근데 저런 분위기라니...

심지어 빅히트는 메이킷라잇처럼 애니메이션으로 이곡의 뮤비를 따로 만들었다. 그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힘을 줘서 서사를 부여하려던 곡이다.

비극은 그 어떤 서사보다 강력해서 입소문이 빠르다. 이 앨범 준비할 무렵, 그리고 그 뒤의 빅히트 행보를 되짚어보면 팬덤에게 각종 스트레스를 다 안겨서 눈물젖은 지갑을 거하게 털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이잖아. 코로나가 없었다면 저 노래가 오프콘서트장에서 공연되고 울음바다가 되고 팬덤내에서 스스로 추억이 확대재생산되며 분위기가 조성되어 비이성적인 소비를 계속했을거야. 이성이 없는 소비자에게 팔려고 했으니 저따구 퀄의 굿즈밖에 준비를 안한거겠지...ㅎ 노래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존재자체로 아주 기분나쁜 곡이다. 너무 거창하고 위대한 인형놀이를 하려는 빅히트의 존재감이 뚜렷해서 거부감이 들어.